신인문학상

까치 조문객 외 4편 / 이상규

 

 

 

 

 

까치 조문객 4

 

    

 

이상규

 

 

 

웃음소리가 어울리는

초등학교 담장 밑에

어느 날 초상이 났다

아직 애송이인

애송이 까치가 죽었던 것이다

 

검은 그늘 차양 속에

조문객은 꾸역꾸역 모여 드는데

상주는 없다

 

울어줄 수 없는 나뭇가지가 흔들린다

측백나무 푸른 집 위에서

얼굴을 묻고

조문 받는 어미 상주

 

주위에

심란하던 매미 소리도 죽고

 

꺽꺽

목 메인 곡소리만

벽에 부딪쳐 튕겨져 나온다

 

귀 따갑게

울어도

울어도

시끄럽지 않다

 

어미는

아직도 받아들이기 힘든지

초대 받지 않은

조문객이 올 때마다

깍깍

성긴 울음보 터트린다

      

 

 

 

 

 

 

   

    

 

백목련

 

 

담장 밖

갓 피어난 목련꽃을 만났다

너무 청아해 어루만져 보고 아끼며 보다가

예고 없이 나타난

거친 바람에 아쉽게 헤어졌다

 

그후

목련나무 볼 때마다

하이얀 꽃망울 맺는다

왔다 간 겨울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피고 지기를 수십 번

 

계절에 상관없이

피어나는 목련

보고 싶고

그리울 때

언제나 반가운 듯 환하게 나타난다

 

진하디진한 분 내음 풍기지 않지만

꽃 지면 더 자주 피어난다

만나지 않아도 볼 수 있어

슬쩍 목 빼고

담 넘어 목련을 훔쳐본다

 

 

 

 

 

 

    

 

 

산낙지의 힘

 

 

물동이에 낙지가

빨판 박아 떨어지지 않는다

붙어야 산다는 무식쟁이

뻔질뻔질 대가리 잡아보니

먹물 대포를 쏘아댄다

 

최후를 아는 건지

발발발 부들부들

인정사정없이

토막토막을 내면서 보니

끈적끈적 하얀 피다

 

고요한 순교라는 듯

신성한 몸짓이다

천둥과 꽃비는 없어도

벌떡 일어나는

힘의 기적은 일어났다

  

 

 

 

 

 

 

보호수

 

 

큰 나무가 잉잉거린다

도심 속 망루 같은 집에 둘러싸여

햇빛과의 관계도 끊어져

그늘 접었다 펴는 일조차 할 수 없네

 

죄인 같은 노목

사방이 쇠창살로 에워싸여

매미와 다람쥐 같던

철부지 친구들 인적 끊기고

 

세월에 찌들어

점점 말라가는 가지조차도 무거운 듯

희끗희끗 이파리

하늘거리다 한잎 두잎 빠져 버리네

 

매연 냄새 익숙하지 않은

눈에 익은 새가

오랜만에 다가왔다가

소리 없이 날아간다

 

냉랭한 바람도 싫어할 줄 모르고

참을 줄만 아는 늙은 나무

살았어도 죽은 듯

울타리에 갇혀 눈치만 보네

 

 

 

 

 

 

 

밤에 우는 새

 

 

으슬으슬 산마루

어둠을 안고 홀로 우는 새

그 소리만 들어도

힘없는 어미새 소리네

 

밤에만 우네

가슴에 묻어둔 사연이 있어

흐느끼는 소리인 듯

 

떨면서 우네

집을 버린 새끼를 애타게 기다리며

울먹울먹 처량한 소리인 듯

 

흐느끼며 우네

훨훨 날아가지 않는 한이 있어

가슴 아픈 소리인 듯

 

여명이 어둠을 밀어낼 때까지

쓰읍쓸 홀로 우는 새

그 소리만 들어도

어렴풋 그 모습 그려지네

 

 

 

 

    

-2016 <한국문예원>  신인상 추천작

 

 

 

신인추천평· 강희안

 

이상규의 시는 적실한 체험에서 육화된 듯한 언어와 의식이 섬세하고도 싱그러운 무늬결을 이루고 있었다. 무엇보다도 그의 경우 체험과 상상력이 얼마만큼의 미학적 거리를 유지해야 하는가를 몸소 체득한 듯하다.

까치 조문객의 경우 문명 비판적 차원에서 재개발이라는 미명하에 소외되고 해체되는 도시 변두리 철거민들의 삶을 그리는 데서 그치지 않고 보편적인 인간 실존의 문제로까지 나아갔다는 점이 무엇보다도 강점이었다. 더구나 비극적인 철거민들의 삶을 묘사하는 것만이 아니라 까치로 은유화하는 기량은 가히 볼 만했다. 짐짓 체험만을 묘사하는 척하다가 어느 순간 도발적인 시적 메타포를 끌어내면서 심도 있는 존재론적 인간의 세계로 변용해내는 기량을 높이 산 것이다.

백목련이란 시는 무기교의 기교라 불릴 만한 담백한 의식을 높이 샀다. 의식과 무의식의 경계에서 대상을 인식하는 배후에는 단독자로서 겪는 익명적 존재의 비극이 자리한다. 그의 시편에는 전통적인 관점에서 대상과 자아와의 상호삼투하는 능력을 중시하는 미덕이 중시된다. 밤에 우는 새라는 시에서는 체험의 무게를 자신만의 생동감 있는 언어 감각을 매개로 슬프고도 아름다운 시적 공간을 확보하면서 밤의 풍경으로부터 삶의 고통과 어두운 현실의 실체를 의인화해내는 사물 인식의 태도에는 짙은 페이소스가 깔려 있어 독자를 흡인하는 마성을 발휘한다.

보호수란 시에는 우리가 사는 세상에 감춰진 불편한 진실을 들여다보려는 비판적 의식이 짙게 표백되어 있어 다양한 관점을 보여준다. 흔히 선가에서 이르는 고해의 세계를 깊이 있게 정관하고 있어 독자의 눈길을 잡는다. 밤에 우는 새에는 무엇보다도 시적 긴장감을 놓치지 않는 묘사 기법을 통해 한 인간의 존재론적 고독에 얽힌 비극의 내력을 무리 없이 그려내고 있다는 점에 호감이 갔다. 한 개인의 실존이 우리 시대의 환부를 밀어내려는 안간힘과 맞딱뜨리는 시적 공간을 구축해내고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은 특장점을 지닌 이상규의 시에는 한편 한편 이미지의 완결력과 중간중간 툭툭 튀어나오는 잠언적인 경구도 읽을 만하다는 점에서 신인 추전에 넣었다는 사실을 밝힌다. 그의 건투는 빌면서 좀더 깊이 있는 세계 속으로 발을 들여놓길 바라는 간절한 바람을 전한다.